이번에 발간된 조사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에서 지난 1년간 북한이 탈주민들을 면담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발간된 첫 번째 결과물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1년부터 “교동도의 시계 수리공 과 이발사” 와 “을지로 수표교에서 4대 80년 송림수제화의 장인들” 등을 비롯한 현지조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지난 2015년에는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신뢰 회복 차원에서 분단국의 아픔을 가진 우리가 직접 북한 주민을 만나고 북한을 볼 수 없기에,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통해서 그들의 북한에서의 일상 생활문화 이야기를 듣고 전하기 위해 시작하였다.
이 책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분단체제하의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 거주했을 당시의 일상생활 문화에 대해서 면담을 통해서 조사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록하고 발간한 책이다.
이북에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아물지 않은 분단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시대를 대비한 북한이탈주민의 생애사와 생활문화를 조사하고 그 기록물을 발간하는 것은 북한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대하는 일이기에 ‘통일’ 준비에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아울러, 북한 정치나 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이 많은 북한 생활문화 이해 증진을 통해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공동체 의식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입국 숫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삶 속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는 일이 이젠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북한이탈주민의 모습에 가려진 ‘북한에서의 생활’이라는 그림자를 잘 보지 못한다.
남북주민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남북 주민은 이미 70년 이상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삶의 방식과 문화가 전혀 다른 일상을 지내왔다.
북한이탈주민들 역시 정착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가 문화적 소통의 문제라고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위주의 체제와 민족동질성의 잣대를 탈북자에 적용하여 그들이 지닌 이중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편견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편견 극복을 위한 소통의 준비과정으로서 북한생활에 대한 기본지식을 채우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범해 보일지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정말 놀랄만한 ‘사연’이 있다. 누구나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 속에는 ‘과거사의 상처와 아픔’이 자리 잡고 있다.
때론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쓰라린 아픔을 통해서 전체 사회의 변화상을 찾아 볼 수도 있다.
특히,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세대들이 속한 북한 사회의 성쇠와 부침 속에서 그리 남북한 현대사도 역동적으로 관련성을 지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폐쇄성이 강한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세대들이 활동하는 지역과의 연계 역시 해당 지역사회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기에 지역에 분포한 수많은 마을이라는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민속도 더듬어 찾아 볼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수많은 북한관계 서적이 나와 있지만 북한의 생활문화를 본격적으로는 처음 다룬다는 의미에서 이 조사보고의 의미는 크다. 물론 수개월이라는 짧은 조사기간과 면담대상자가 소수인 만큼 한계와 부족한 점도 많을 것이다.
향후 이번 조사연구를 확대하여 보다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보고할 수 있기를 기약해 본다. 아무쪼록 이 책이 남북통일을 맞이한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